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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개발자의 자기소개서에 대해서...

갑자기 뜬금없이 이런 글을 쓰다니 무슨 생각이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뜬금없음에 대한 변명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오늘 쓰려고 하는 글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개발자로 대충 16년을 그럭저럭 보내왔습니다.

시대적 상황으로 5년 차쯤에 대리로 처음 팀장을 시작했으니, 일반 개발자로 산 시간보다는 어쨌건 프로젝트 또는 팀의 리더로 산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기간 동안 남들보다 좀 심하게 회사를 많이 옮겨 다니다 보니 꽤 많은 면접을 볼 수 있는 경험이 있었고, 또 옮긴 회사가 대부분 팀을 리빌딩하는 곳이었다 보니 꽤 많은 채용절차에 관여할 기회가 있어서 어린 나이부터 비교적 많은 이력서를 검토했고 면접관으로도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면접을 보러 다니던 시절의 제 이력서의 자기소개서는 항상 "19XX년 봄 XX업계에 종사하시던 아버님과 집안일에 헌신적인 어머니의 유복한 가정에 1남 1녀의 막내로..." 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문장에 향수를 느끼시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 경력이 5년이 넘은 어느 날 도대체 이 문장을 왜 써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겨서 조금 바꾸긴 했습니다만, 그 뒤로도 꽤 오랜 세월을 이런 자기소개서가 항상 제 이력서에 붙어있었죠.

요즘 누가 저런 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써?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거로 생각해요. (대신 요즘은 대학 시절의 봉사활동이나 해외연수 이력이... 뭐 어차피 그놈이 그놈입니다.)

저런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는 몰라도 회사를 그만두기 전인 2년 전까지도 약간의 표현은 다를지 모르지만 비슷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자기소개서를 이력서에 첨부해서 보내는 지원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가 뜬금없는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밝히고 계속 진행해야겠네요.

블로그에 올릴 글을 준비하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어요. 블로그에 올리려고 준비한 주제에 맞는 소스를 작업하고 거기에 글을 입히다 보면 가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흐르곤 하는데 그게 좋은 방향일 때는 기분 좋지만(예전에 마이크로서비스 관련 글 준비하던 초반같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면 꽤 스트레스를 받더군요.(수시로 기술 관련 글을 정리해서 올리는 다른 능력자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어차피 제 개인 블로그고 사실 하루 방문객이 그리 많지도 않기 때문에 기술 관련 글 준비하는 중간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런 잡동사니도 좀 올려보자 생각했어요.(안 그러면 블로그에 일 년에 글이 몇 개나 올라갈지... 쩝~~)

다음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일지도 모르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16년 정도를 개발자로 살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했다고 주변에 약간 나이 차이가 있는 동생들이 이력서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대부분 경력 기술서에는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이는데 자기소개서는.... 음... 좋게 봐준다고 해도 계속 읽고 있을 만한 글은 아니더군요.

뭐 이유는 어쨌건 오늘은 그냥 잠시 수다를 떨어볼까 합니다.

앞에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참 어이없이 시작하는 자기소개서 참 많더군요. 보통 개인적인 소개글이라고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제가 여기서 자세히 얘기하긴 좀 그렇고...(사실 기억도 잘 안 나요. 그런 자기소개서 끝까지 읽어 본 적이 없고 대부분 첫 문장에서 헉 해서 치워버려서...)

뭐 생각하기 따라서는 개발자가 자기소개서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 하시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실제로 대부분의 팀장님은 자기소개서 안 보시더군요.(그럼 입사서류에 자기소개서는 제거하십시오. 안 볼 거면서 왜 받는 겁니까?)

제 경우 이력서를 받으면 이름을 먼저 보고(지원자의 이름 확인은 우선이라 생각해서) 경력기술서를 제목만 훑어본 후에 자기소개서를 먼저 읽습니다. 자기소개서가 만족스러우면 경력기술서를 좀 더 자세히 보고 면접 진행을 추천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분들이 보시고 "이 사람 어때? 괜찮지 않아? 면접 진행할까?" 라고 말씀하시면 "뭐 그러세요." 라는 식으로 대충 넘어갑니다.

같이 일할 사람을 채용할 때 단순히 경력이 비슷하거나 해당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일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그 사람이 개발자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솔직히 제가 일했던 대부분 업무가 그렇게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기도 했고,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일을 하면서 배우거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사람이 개발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말이죠.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읽으면서 이 사람은 어떤 식으로 평소에 개발을 대하고 최근에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자기소개서를 읽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경력개발자 자기소개서인데도 최근에 관심이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라던가 아니면 최근에 읽었던 개발 서적, 최근에 발견한 개발 방법론 같은 것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경우는 전무 하더군요.

그 정도의 자기소개서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진행해온 프로젝트에서 어떤 부분들이 아쉬웠고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지, 또는 어떤 개발 분야를 해보고 싶은지... 자기에겐 어떤 개발 능력이 장점으로 있고 어떤 부분이 단점으로 있는지가 담겨있는 자기소개서도 보기가 힘들더군요.

드물긴 하지만 그런 자기소개서를 읽게 되면 그 사람의 생각이 너무 궁금해서 윗사람의 판단도 무시하고 무리해서라도 면접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면접을 거의 1시간씩 보기도 했었네요.

제가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저렇게 써야 한다고 가이드 할 정도의 능력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실제로 경력개발자의 입사에서 자기소개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작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자기소개서 안 보시는 분들 진짜 많으니까요.

그래도 저처럼 자기소개서를 유심히 보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자기소개서에 조금 더 신경을 쓰셨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이력서라는 게 단순히 취업을 위해 쓰는 하나의 형식적인 문서고 그 안에서도 자기소개서는 작은 부분입니다만... 그래도 자기소개서지 않습니까? 이름처럼 본인을 누군가에게 알리고자 하는 아주 의미가 깊은 문서니 말이죠.

하긴 전 요즘 이력서를 낼 일이 거의 없다 보니...
가끔 다른 일로 이력서를 보내도 자기소개서는 빼고 보내긴 하지만요.
웃긴 건 입사서류에 자기소개서 보내라고 쓰여 있는데 안 보내도 뭐라 하는 회사는 아직 못 봤습니다.

글을 써 놓고 보니 저만 자기소개서를 읽었던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글을 썼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의외로 자기소개서를 저보다 더 꼼꼼히 보시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분들 밑에서 일하면서 배운것 뿐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댓글

  1. "웃긴 건 입사서류에 자기소개서 보내라고 쓰여 있는데 안 보내도 뭐라 하는 회사는 아직 못 봤습니다."

    중소, 중견, 대기업 마찬가지더군요. 공감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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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곰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도 어딘가엔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보고 계신 분들이 있을거라 믿...고 싶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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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금 자소서 쓰는 취준생인데 자기소개서를 대충 쓰진 않았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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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소서를 잘 쓰고 못 쓰고의 기준은 사실 없습니다. 솔직히 서류 심사 도는 면접때 제대로 읽어줄 것인가에 대한 보장도 없긴 하죠.
      그래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읽고 싶다, 이 지원자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래전에 적었던 글이네요. 취업 준비가 잘 되시길 바랍니다. 혹시 백엔드 개발자시고 기회가 닫는다면 면접자리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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